#4개월간 6000억 사채 발행

앞서 지난해 12월 호텔롯데는 18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모 형태로 발행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1000억 원은 채무상환자금, 800억 원은 운영자금 용도로 사용됐다. 발행금리는 연 5.30%로 발행일 기준 2년 6개월 후부터 금리가 연 2.0% 가산되는 구조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다. 차입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최근 들어 호텔롯데는 회사채 시장을 연이어 찾고 있다. 지난 1월 호텔롯데는 채무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12월 호텔롯데 이사회는 올해 사채 발행 한도를 연간 원화 기준 1조 5000억 원 이내로 결정했다. 연간 1조 원 이내였던 2025년 사채 발행 한도보다 증액된 수준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호텔롯데는 공모 회사채 2000억 원, 사모 회사채 1000억 원, 신종자본증권 1800억 원 등 총 4800억 원을 사채로 조달했다.
호텔롯데가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장·단기 차입금, 사채, 리스부채)은 8조 3383억 원이다. 이중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은 4조 4378억 원으로 53%를 차지한다. 통상 신용평가업계에선 단기성 차입금의 적정 비중을 50% 정도로 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 대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는 14.2배로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높은 수준이다.
당초 호텔롯데는 부산롯데호텔과 함께 롯데렌탈 지분 약 56%를 매각해 9805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3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SK렌터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게 롯데렌탈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그나마 지난해 호텔롯데의 실적이 개선돼 회사채를 발행하기에 긍정적인 환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호텔롯데는 연결 기준 매출 4조 7262억 원, 영업이익 229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5조 691억 원, 영업손실 456억 원을 기록한 2024년보다 매출은 6.8% 줄었지만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실제 지난 1월 호텔롯데는 당초 1000억 원을 목표로 진행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배가 넘는 585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지원 부담 가중
호텔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50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호텔롯데가 286억 원을 출자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2144억 원을 출자했다. 두 출자 모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바이오캠퍼스 제1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 기준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 19.1%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961억 원, 영업손실 1362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매출 2344억 원, 영업손실 801억 원)보다 매출은 16% 줄고 영업손실은 66% 늘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5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 6000만 달러(약 2080억 원)에 인수하며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아직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로부터 상업화 물량 수주를 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당분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오딧(감사)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 이런 경험이 있어야 빅파마들에서 수주도 받을 수 있다”며 “공장을 세우고 나서도 최소 3년 정도는 공정 밸리데이션(유효성 평가)을 하면서 FDA 감사에 필요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인력 투자도 필수”라고 밝혔다. 시러큐스 공장에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올해 초 홍대 L7호텔을 매각하는 등 다른 면세 사업자와 비교했을 때는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때문에 계열사에 지원할 여력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향후 자금 조달 능력을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호텔롯데 관계자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재무 안정성과 자금 운영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최근 사채 발행이 이어지는 것은) 전반적인 재무 운영 계획에 따른 자금 조달”이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 출자의 경우)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자금 여력을 고려한 범위 내에서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호텔롯데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