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정점식 원내대표가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 처한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대목은 한동훈 의원, 오세훈 시장, 유의동 의원이 나란히 당선됐다는 점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강성 세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합리적 보수 내지 중도 보수로 평가받는 정치인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강성 이미지가 짙은 현재의 지도부 아래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의 상승 여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6월 10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자신들의 언행이 비로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6월 11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1%, 국민의힘 25%였다. 두 여론조사 사이의 차이는 조사 방식과 응답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계가 자동으로 질문하는 ARS 조사에는 정치적 고관여층이 주로 응답하는 반면,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 면접 조사에는 중도층이나 무당층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두 조사에서 나타난 공통점도 있다. 첫째, 대통령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급락하고 있다는 점. 둘째, 비록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통점은 과거 지지 정당을 밝히기를 꺼렸던 보수 유권자들이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출구 조사가 다수 지역에서 빗나간 이유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만일 어떤 지역에서는 진보 후보의 득표수가 과대평가 돼 틀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보수 후보의 득표수가 과대평가 돼 틀렸다면, 이는 출구 조사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출구 조사가 빗나간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보수 후보의 득표수가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출구 조사 응답 과정에서 보수 후보를 선택한 다수의 유권자가 자신의 선택을 숨기거나 다르게 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듯 샤이보수가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한동훈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합리적 보수 후보가 당선되고, 이후 언론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한동훈 의원과 같은 합리적 보수에게 집중되자,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자신의 후보 선택과 이념 성향을 숨겨왔던 보수층이 이제는 ‘떳떳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장동혁 대표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고, 대신 한동훈 의원이나 오세훈 시장이 전면에 부각되자 자신들이 보수임을 보다 당당하게 밝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는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그 방향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보수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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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journalis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