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인 23일 장중 한때 시총 1위자리를 되찾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하락폭이 SK하이닉스보다 덜했던 덕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전자의 낙폭도 확대, 23일 정규장 마감 때는 시총 1위를 SK하이닉스에 다시 내주고 말았다.

삼성전자가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가장 큰 이유는 SK하이닉스와 주가 상승률 차이에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지난해 말(12월 30일 종가) 각각 11만 9900원, 65만 1000원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삼성전자 35만 3500원, SK하이닉스 291만 9000원) 기준 각각 약 194.8%, 348.4% 상승했다. 상승률 면에서 SK하이닉스가 월등히 앞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역전 가능성이 불거질 때만 해도 일부 전문가들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파운드리 등 여러 사업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의 규모의 경제가 반도체만 하는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막상 시총 1위자리를 빼앗기자 삼성전자의 규모의 경제가 이번 반도체 상승장에서 주가에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D램과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실적과 기업가치에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희석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의 수익성 부진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평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노사갈등도 삼성전자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절대 영업이익 규모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앞선다. 하나증권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삼성전자 87조 7000억 원, SK하이닉스 62조 9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번 시총 순위 변화가 현재의 이익 규모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성장성과 이익 지속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용 회장은 2025년 7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도 마무리돼 지배주주 차원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어든 만큼 앞으로는 HBM 성과 확대와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 신사업 발굴 등 구체적인 경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자회사 하만은 최근 정밀의료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와 전장 사업 인수 등을 통해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미국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 7500만 달러(약 2670억 원)를 추가 출자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하만은 지난해 미국 오디오 사업부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3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을 15억 유로(약 2조 6000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했다.
무엇보다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하고 앞으로도 견고한 지위를 유지하려면 반도체 부문에서 대내외적으로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3일 HBM4 누적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히는 등 HBM 부문에서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지난 4월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총 8696만2775주의 자사주(공시상 약 14조 5806억 원 규모)를 소각해 가치 높이기에 나섰다.
실적과 성과, 주주환원 등에서 SK하이닉스보다 앞서면서도 시장의 관심을 SK하이닉스보다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해소하고 노사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는 것도 이재용 회장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순 외형이나 이익 수준에 기초해 양자의 시장 평가가 뒤바뀐 것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어 보이며 양 사의 시가총액 순위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 AI 전환과 맞물려 SK하이닉스가 보다 선명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우선주를 포함하면 SK하이닉스보다 시총이 앞서고 있으며 주주환원 및 주가 부양에 대해서 따로 설명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