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6월 말부터 여행 준비 상황을 확인했음에도 8월 4일까지도 항공권과 숙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여행사 측으로부터 들었다. 이후 안데르센은 검찰 압수수색 등을 이유로 영업 중단을 알리며 2년 뒤 환불 또는 여행 재개 방안을 A 씨를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제시했다.

안데르센은 8월 4일 이후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안데르센 측은 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업무가 마비됐고 계좌가 압류되면서 여행 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소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등을 통해 주장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보낸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2026년 9~12월 예정된 여행을 2년 뒤로 연기하고, 2년 뒤 환불 또는 여행 재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안내했다. 2년 뒤 환불을 선택할 경우에는 법정이자를 함께 지급하고 여행을 선택하면 추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영업 중단 직전까지도 안데르센이 상당 기간 뒤 출발하는 여행상품을 판매해왔다는 점이다. 안데르센 홈페이지에는 2027년은 물론 2028년 1~2월 출발 예정인 청소년 유럽여행 상품까지 판매 상품으로 올라와 있었다. 실제 피해자들 중에도 A 씨처럼 출발 1년 이상 전 여행대금을 미리 지급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 자체 집계한 결과, 8월 25일 기준 피해자는 1593명, 피해액은 97억 4300만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피해액이 500만 원 이상인 피해자는 722명으로 전체의 45.3%를 차지했고, 이들의 피해액만 70억 2000만 원이다. 다만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 금액을 입력해 취합한 수치로 실제 피해 규모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피해 유형도 여행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은 경우부터 이미 취소한 여행상품의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여행 과정에서 개인 비용으로 지출한 항공료 등을 정산받지 못한 경우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에 비해 안데르센이 가입한 보증공제 규모는 피해자들이 자체 집계한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친다. 안데르센은 서울특별시관광협회의 관광공제에 가입돼 있으며 영업보증 4000만 원, 기획여행보증 2억 원 등 공제 가입금액은 총 2억 4000만 원이다. 피해자들이 자체 집계한 피해액 97억 4300만 원과 단순 비교하면 2.5% 수준이다.
여행업체가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이나 공제가 고객에게 실제로 받아 놓은 선수금 규모를 모두 보장하는 구조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따르면 여행업자의 영업보증보험 가입금액은 직전 사업연도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구간별로 정해지며, 기획여행을 실시하는 여행업자는 별도의 기획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반면 일반 여행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미리 지급한 여행대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로 예치하거나 보전하도록 하는 제도는 현재 없다. 이 때문에 여행사가 장기간에 걸쳐 많은 고객으로부터 여행대금을 미리 받은 상황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증 한도가 실제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여행업체들은 법정 보증공제와 별개로 선수금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자체적인 관리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미리 받은 여행대금을 일반적인 운영자금처럼 사용하지 않도록 내부 회계상 별도 관리하고 있다”며 “법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지만 회사 자체적으로 선수금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랑풍선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여행공제회의 공제영업보증 최대한도인 15억 1000만 원과 공제기획여행보증 7억 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예약·발권 및 여행 진행 상황과 항공권·숙박비 지급, 고객 환불 과정에 대한 내부 관리 및 회계 승인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입금 시 회사 공식 예금주 계좌를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안전결제캠페인’도 시행 중이다.
출발까지 기간이 긴 상품의 판매 자체를 지양하는 것도 선수금 관련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여행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1~2년 뒤 출발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입금을 받았다는 게 문제”라며 “통상적으로 여행상품은 출발 3~6개월 전 세팅하고 아무리 길어도 1년을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항공권과 호텔 가격 등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데르센은 현재 서울특별시관광협회의 관광공제에 가입돼 있지만 아직 폐업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여행사가 폐업해야 피해 공고를 내고 피해 접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안데르센이 영업을 중단하고 여행 진행과 환불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현재로서는 공제를 통한 피해 접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진 폐업하지 않을 경우 등록취소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안데르센 관할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현재 안데르센에 1차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향후 행정처분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등록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는 안데르센 직원과 연락이 닿아 회사 측의 의견 진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관계자도 “행정처분은 시정명령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등록취소에 이르는 절차로 진행되며 행정절차법상 의견 제출이나 청문 등의 과정도 필요하다”며 “문체부는 현재 안데르센의 휴업 미신고 여부 등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으며, 관할 구청과 신속한 처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제를 통한 피해 구제가 당장 어려운 가운데 피해자들은 개별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체대화방에서는 약 100명이 공동 형사고소를 준비 중이며, 이와 별도로 민·형사상 소송이나 지급명령, 가압류 등에 나선 피해자들도 있다. 카드 할부로 결제한 일부 피해자의 경우 할부항변권을 행사해 결제를 취소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단순히 여행을 못 가게 된 것보다 믿고 맡긴 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더 힘들다”며 “제가 지급한 돈을 돌려받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공정거래 전문 변호사)은 “보완장치로는 상조회사와 같이 소비자로부터 받은 금액의 일정 부분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못하고 보관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업계에 선수금 예치제도를 일률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여행업의 경우 소비자로부터 받은 여행대금으로 항공권과 숙박비, 현지 비용 등을 지급해야 하는 사업 구조인 만큼 선수금의 일정 비율을 묶어둘 경우 대금 지급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보증보험 한도를 높이는 방안 역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중소 여행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업계와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