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6호 ‘일요칼럼, 볼썽사나운 것’은 오래 마음에 남는 글이었다. 장윤기 사건을 바라보는 40년 경력 변호사가 인간 본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 점이 인상적이었다. “40년 전에는 인간의 본질이 착하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은 직접 살인범들을 대면하며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 진술이기에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장윤기 아버지의 “볼썽사나운 것을 치웠다”는 말로 마무리되면서, 정작 이 세상에서 가장 볼썽사나운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해줬다.
1787호 ‘주가 누르기 막으려다 상장사 발목 잡을라’ 기사는 제목부터 납득하기 어려웠다.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눌러온 재벌 총수 일가를 겨냥한 법을 두고, 마치 일반 상장사들을 옥죄는 것처럼 표현을 했다. 승계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낮은 PBR을 유지해 온 대주주 지배회사들은 피해자가 아니다. 시종일관 “세 부담이 커진다” “평가액이 높아진다” “재계 반발이 크다”는 우려만 나열하고 있다. 이 법이 왜 나왔는지, 주주들이 어떤 피해를 봤는지 등 근본 배경은 빠져 있다.
1789호 ‘부승찬 의원, 비밀유출 의혹 제기한 국방부 관계자들 역고발’ 기사는 전형적인 탐사보도였다. 보안심사위가 열린 시각과 녹취록이 실제로 비밀로 등재된 시각의 간극을 짚어, 심사 당시 해당 문서가 법적으로는 평문 상태였다는 사실을 드러낸 대목이 눈에 띄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까지 인용해 다각도로 균형을 맞춘 점도 좋았다. 다만 A·B·C로 익명 처리된 인물 관계가 다소 복잡해 독자가 따라가기 버거운 면은 있었다.
#최강용(남·36·변호사)
1787호 ‘르브론의 필라델피아행’ 기사는 단순한 이적 소식을 넘어, 42세 노장이 왜 돈 대신 우승을 택했는지를 다각도로 파헤쳐 흥미로웠다. 인상적이었던 건 ‘숫자로 보여주는 르브론 효과’였다. 470배로 뛴 검색량, 48시간 만에 오타니를 제친 유니폼 판매 기록 등 이런 구체적인 데이터가 ‘르브론의 이름값’을 증명해 줬다. 또한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는 여느 이적 기사와 달리, 우승 도전의 현실적 리스크까지 짚어낸 덕분에 농구팬 입장에서 르브론의 마지막 도전이 더욱 기다려졌다.
1787호 ‘한앤컴퍼니 행보에 뒷말 까닭’ 기사는 소액주주 피해 정황은 나열했으나, 정작 이 사건의 본질인 위법성은 파고들지 못해 아쉬웠다. 기사 내용 중 ‘공개매수를 진행하다 갑자기 유증을 결정한 사례는 국내 증시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다’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핵심이 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왜 아무도 이런 짓을 안 했는가, 그런데 한앤컴퍼니는 어떻게 할 수 있었는가”를 물었어야 한다.
패밀리오피스 전환 대목 역시 시사하는 부분이 많은데 훑고만 지나갔다. 패밀리오피스로 전환하면 사모펀드 규제망을 벗어나 소액주주를 배제한 지배구조를 영구히 고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기사는 ‘한앤컴퍼니가 소액주주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인상비평 수준에 머물렀다.
1788호 ‘2차전지 업계 CB 상환 청구서’ 기사는 시장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한 밀도 높은 기사였다. “캐즘이 끝나간다”는 낙관론을 그대로 쓰지 않고, 셀 업체와 소재·장비 분야를 구분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엔켐·천보·엠플러스 네 곳의 CB 잔액, 현금성자산, 전환가와 현 주가의 괴리를 일일이 대조한 부분이 압권이다. 2차전지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실용적 기사였다.
1788호 ‘이중근 vs 조정호 한강 조망권 분쟁’ 기사는 자칫 가십으로 흐를 수도 있는 소재였지만 등기부와 건축허가표지판, 판결문 등을 바탕으로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2009년 신세계 이명희 총괄회장과의 분쟁을 연결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조망권은 일조권과 달리 가처분이 잘 인용되지 않는다”는 코멘트로 이번 기각의 법리적 맥락을 짚은 점도 좋았다.
#정의진(여·46·프리랜서)
이번 일요신문은 정치권의 구조적 갈등과 제도 개편에 대한 갈등과 논란,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와 유해 플랫폼 문제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지려 한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1786호 선거관리위원회 통계시스템 논란 및 투표용지 관련 후속 보도는 지난 호에 이어 선거의 공정성과 시스템의 신뢰라는 가치를 두고 지속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기술적 검증과 감사 추진 과정을 짚어주어 자극적인 음모론으로 흐르지 않도록 방향을 이끈 것이 좋았다.
1786호 ‘우리가 몰랐던 히가시노 게이고 이야기’ 기사에서 작가의 15년 무명 시절을 조명해 인상 깊게 읽었다. 긴 무명을 끈기와 성실함으로 딛고 거장이 된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동기부여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1787호 ‘인터넷방송에 번지는 맞방의 민낯’ 기사는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준 보도였다. 다만,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했듯 이러한 변종 유해 콘텐츠나 범죄 실태를 다룰 때는 단순 고발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불법, 유해정보 신고센터나 경찰청 사이버 범죄 신고 전화, 상담 창구 등 실질적인 신고와 구제 경로를 함께 안내해 준다면 공익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1789호 ‘공포영화 옵세션 무엇이 달랐나’와 초등교육 생존수영 실효성 논란 기사도 주간지 특유의 깊이 있는 시각이 돋보였다. 일요신문 문화면은 영화, 방송, 대중가요 등을 주로 다룬다. 문화의 범주에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순수 예술과 지역 문화 생태계도 포함되는 만큼,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창작 이야기나, 지역의 특색 있는 예술·문화 공간을 발굴해 소개하는 코너 등이 신설되길 기대한다.

1786호 ‘황정민과 여성 팬의 사적 관계 진실공방’ 기사는 제목부터 ‘진실공방’이라는 틀을 선택했다. 이 사건은 이미 법원이 여성 팬에 대해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세 차례 내리고, 스토킹 혐의로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발부한 상태다. 디스패치 등 타 언론들은 여성 팬의 범죄 혐의들을 구체적으로 다뤘는데, 일요신문에선 거의 없었다. 반면 여성 팬의 주장들은 상세하게 담겼다.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토킹 피해의 맥락과 법적 판단을 충분히 다루면서 A 씨 입장을 소개했으면 훨씬 균형 잡힌 기사가 됐을 것이다.
1789호 ‘SM 회장 차녀 우지영, 부동산개발사 또 세웠다’ 기사가 돋보였다. 자본금 1억 원짜리 회사가 수백억대 개발사업을 하려면 결국 외부 자금이 필요하고, 그게 계열사로부터 흘러 들어오면 또다시 사익편취 논란이 된다는 구조를 명확히 짚었다. 전문가들 코멘트를 통해 사업기회 유용, 부당지원, 이해상충 등을 다각도로 검증했다. 다만 형제자매들의 개인회사 사례까지 나열하면서 기사가 다소 늘어지고 읽기가 어려웠다. 우지영 씨 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승계 구도라는 한 축으로 요약했다면 메시지가 더 선명했을 것이다.
1789호 ‘하이브 글로벌 투자 사업 시동’ 기사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쉬운 설명으로 이해하기 좋았다. 케빈 메이어가 공동창업한 스매시 캐피탈에 첫 투자를 집행했다는 사실, 그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하이브의 사업과 접점이 있다는 분석이 매끄러웠다. 490억 원을 투입한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이 적자 끝에 지난 7월 해산됐다는 실패 사례를 명시하고, 리스크 우려까지 담아 균형을 잡은 부분도 높게 평가한다.
#김수자(여·47·생활지원사)
1786호 ‘제16회 대한민국 청소년 끼 페스티벌’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트롯부터 치어리딩까지 자신들의 개성과 재능을 아낌없이 펼쳐낸 한여름 축제의 장이었다. 치열한 본선 무대를 생생하게 전한 것은 물론 빛나는 수상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이 축제가 더 큰 울림을 주려면 보도의 깊이가 한 단계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선 진출의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청소년들의 이야기, 무대 뒤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간 청소년들의 경험담을 소개해주길 바란다.
1787호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영등포 유리방 골목’ 기사는 현장감이 있었을 뿐 아니라 성매매의 풍선효과 위험성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단순히 현장 모습만 담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 단속 강화와 재개발이라는 복합적 원인을 차분히 분석한 점이 눈에 띄었다. 현장 취재 사진과 인근 주민·숙박업소 업주들의 인터뷰, 전문가 제언을 균형 있게 배치해 기사의 신뢰도를 높였다. 집결지 폐쇄 이후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등 구조적인 대안까지 함께 고민하게 만들어 준 깊이 있는 현장 고발 보도였다.
1789호 ‘제주 실종 여성 허위종결 경찰 추가 사례 확인’ 기사는 제주 실종 사건의 충격적인 부실 대응 실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나아가 보완수사권 폐지 이슈와 연계하여 경찰 내부 통제 및 견제 장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를 깊이 있게 짚어낸 중량감 있는 보도였다. 단순 사건 사고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담당 경찰관의 허위 사건 종결 과정과 시스템 허점을 단독·추적 취재로 상세히 공개하여 경각심을 높인 기사였다.
정리=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