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팬 서비스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배우에게 요구되는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의 팬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같은 영화를 수차례 예매하고,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하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가 배우 개인의 팬 서비스를 평가하는 자리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장문에서 해당 팬은 "시간이 갈수록 팬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부족했고 태도가 아쉬웠다. 무대인사는 관객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팬들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일정에서 컨디션이나 그날 기분에 따라 행동이 눈에 띌 정도로 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글을 읽으면서 팬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익명의 다른 팬들 역시 구교환의 팬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팬 서비스 요청을 종종 무시당하면서 결국 팬을 그만둔 오랜 팬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무대인사마다 따라다닌 팬들은 외면하고 다른 관객들에게만 다정하게 구는 것을 몇 번 경험해 보면 단순히 '팬 서비스를 받지 못해서 화가 났다'라고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는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팬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우의 태도를 비판하거나 일반 관객들보다 특별한 대우를 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다. 무대인사는 팬미팅이 아닌 영화 홍보 행사이고, 짧은 시간에 여러 상영관을 방문해야 하는 특성상 배우가 팬 개개인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에 힘이 실리면서 구교환을 비판했던 대부분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과거 무대인사는 배우와 감독이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인사를 전하거나 좌석 번호로 추첨해서 당첨된 일부에게만 경품 등을 전달하는 일방향 소통이 중심이었다. 반면 지금은 배우가 객석을 직접 돌며 개별 관객의 요청에 응하는 양방향 소통이 중요해졌다. 아이돌 팬 사인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캐릭터 머리띠나 소품을 활용한 이른바 '팬싸템'(팬 사인회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아이돌에게 전달되는 착장 아이템) 문화도 영화 무대인사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런 변화가 대중적인 화제를 모은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개봉한 영화 '파묘'다. 배우 최민식이 무대인사에서 관객들로부터 받은 캐릭터 머리띠와 모자, 목도리 등을 적극적으로 착용한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큰 화제를 모았다. 대배우의 몸 사리지 않는 활약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 홍보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무대인사에서 보여주는 배우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는 하나의 흥행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군체'는 개봉일과 첫 주말 무대인사 회차가 예매 시작 직후 전석 매진됐고, '호프'는 관객들의 열띤 관심 속에 개봉 3주 차까지 무대인사 일정을 확대했다. 현장에서 촬영된 배우들의 팬 서비스 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추가 관람을 유도하는 홍보 수단으로 기능했다.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인 데다 관객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홍보 효과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정된 시간에 수많은 관객을 만나야 하는 일정상 모든 회차에서 동일한 수준의 팬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같은 배우를 보기 위해 여러 차례 무대인사에 참석하는 팬들도 있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특정 팬에게만 팬 서비스가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관객들에게도 고르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익명을 원한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무대인사마다 참석하시는 팬들의 경우 배우는 물론이고 저희도 모를 수가 없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찾아주시는 걸 알고 있는 만큼 저희가 고의로 팬 서비스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짧은 시간 안에 객석 전체를 돌며 인사를 나눠야 하다 보니 다른 회차에서 뵀던 분들보다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라며 "배우 개인의 팬 이벤트가 아니라 작품 흥행이 일차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이런 행사의 경우 팬들 위주로만 대응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런 점들을 조금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