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주식 팔아도 망고빙수 못 사 먹어” vs “맛·서비스 만족”…스몰 럭셔리 소비트렌드 분석
서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2010년 처음 개시해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6만 4000원이었던 애플망고빙수 가격이 지난 4월 29일부터 8만 3000원으로 약 30% 올랐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에는 제주산 애플망고가 이용되는데 매년 원가연동제를 실시해 빙수 가격이 정해진다. 이 때문에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은 매년 올랐다. 2019년 5만 4000원, 2020년 5만 9000원, 2021년 6만 4000원, 올해 8만 3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신라호텔에서 판매하는 제주산 애플망고 빙수는 원가가 판매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과도한 원가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최근 유류비 등 부대비용이 인상된 상황에서 상품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판매하기 위해 판매가의 60% 수준으로 원가비율 현실화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에 애플망고를 납품하는 한 업체에 따르면 애플망고가 7개 들어간 박스 하나당 지난해보다 약 2만 원이 올랐다. 이 납품업체 관계자는 “애플망고가 열대과일이라 온도도 신경써야 하고, 수정해서 열매 맺기까지 과정도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며 “더불어 액비 등 농자재값도 많이 오르고, 운반하는 데 유류비도 많이 올라 박스당 2만 원이면 많이 올린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망고빙수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은 마냥 수긍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를 사먹었다는 박상원 씨는 “신라호텔 주식 1주를 팔아도 애플망고빙수를 못 먹다”면서도 “애플망고빙수를 대체할 만한 것이 따로 없다고 생각해 가격이 올랐어도 빙수를 사먹을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텔신라 주식은 지난 4일 기준 7만 9500원이다. 신라호텔에서 만난 A 씨는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고 과일 맛 자체로 빙수를 즐길 수 있어서 좋지만 가격 대비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 번 정도는 먹을 만한데 계속 먹으러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라호텔과 같은 업체에서 애플망고를 납품받아 애플망고빙수를 만들어 판매하는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4만 2000원이다. 신라호텔의 약 절반 가격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납품업체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라 가격이 똑같지 않을 것”이라며 “원재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제주산 애플망고이기는 하지만 수제 팥, 망고 샤벳, 우유 등 기타 부자재까지 포함해서 판매가를 책정하고 있어 다른 곳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격 인상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망고빙수를 먹고 있던 한 고객은 “친구들 추천으로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를 먹으러 왔다”며 “가격이 올랐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망고가 달고 맛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먹으면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며 “팥이나 샤벳을 떠서 먹는 숟가락이나 개인접시도 따로 제공해줘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다른 호텔에서도 애플망고, 샤인머스캣 등을 이용한 프리미엄 빙수를 선보였다. 하얏트 체인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도 최근 애플망고빙수(5만 9000원)를 출시했으며 호텔 조선팰리스에서도 지난해 샤인머스캣빙수(9만 8000원)를 한정 판매해 연일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망고빙수가 호텔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올여름에도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인상폭이 큰 데다 고가의 빙수인데도 사람들이 호텔 프리미엄 빙수를 찾는 이유를 전문가들은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소비트렌드에서 찾기도 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신라호텔에 망고빙수를 먹으러 갈 때 신라호텔의 공간이나 인테리어 등을 경험할 수 있다”며 “코로나로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니까 쾌적하고 럭셔리한 공간을 체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어 가격이 비싸더라도 신라호텔의 망고빙수를 사먹으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에서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한진수 경희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호텔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호텔의 브랜드 가치나 호텔 홍보와 연관 지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젊은 사람들도 빙수를 먹기 위해 호텔에 방문해 자연스럽게 SNS 등을 통해 호텔이 알려지면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빙수 가격의 인상폭이 크긴 하나 최근 식자재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운반비 등이 많이 올랐다”며 “애플망고빙수가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은 아니라 이익창출의 목적보다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이색적인 상품으로 마케팅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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