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독일 출신의 조각가인 줄리안 보스-안드레아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양자물리학자에서 조각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 베를린 자유대학교, 에든버러 대학교, 비엔나 대학교에서 양자 물리학을 연구한 그는 당시 연구팀과 함께 ‘버키볼’ 입자의 양자적 성질을 입증하는 실험을 이끈 바 있다. 그 후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방향을 전환해 조각을 전공하면서 예술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을 보면 보스-안드레아의 작품에 물리학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다. 물리학적 특징은 ‘사라지는’ 조각 시리즈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층층이 겹쳐 만든 이 조각상들은 명상에 잠긴 자세로 앉아있거나, 서로 포옹하거나, 혹은 춤을 추기도 하는 등 움직이는 인물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이 조각상들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데 있다. 완전히 사라져 버리거나, 특정한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시각적 효과는 그가 한때 연구했던 ‘버키볼’ 입자에서 영감을 받았다. ‘버키볼’은 육각형과 오각형으로 배열된 탄소 분자들이 축구공처럼 구형을 이루는 구조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조각상들은 수학적 개념이 조형적이고 리드미컬한 몸짓으로 탈바꿈됐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출처 ‘마이모던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