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5 대책의 실거주 의무 강화와 갭투자 차단은 임대 공급의 주요 통로까지 막고 있다. 임대주택은 서민 주거안정과 직결된다. 아실 통계를 보면 10월 24일 수도권 아파트 전세 매물이 4만 9359가구에 그쳐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 전날인 6월 26일 5만 4843가구 대비 약 10%(5484가구) 줄어들었다.
지난 11월 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첫째 주(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07%) 대비 상승폭이 소폭 커지며 0.08% 올랐다. 수도권(0.10%→0.11%)과 서울(0.14%→0.15%), 지방(0.03%→0.05%) 모두 오름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100.25에서 100.94로 0.69포인트(p) 상승했고 월세가격지수도 100.63에서 101.33으로 0.7p올랐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전세 공급이 줄면서 월세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정부는 지난 9·7 공급 대책을 보완하는 정책을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9·7 대책의 골자는 공공택지 주택공급, 영구임대 재건축 계획, 도심권 공공주택복합사업을 통한 ‘신규’ 공급이다. 최소 3년, 최대 10년 이상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민간사업 여건 개선 등을 통해 공급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관건은 토지다. 아무리 공사를 빨리하더라도 수요가 큰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에는 신규 택지가 거의 다 소진됐다. 이 때문에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활용한 방안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미 지난해 11월 정부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내곡동 일원 서리풀지구(221만㎡)를 비롯한 수도권 4곳의 그린벨트 및 난개발 우려 지역에 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지에 2만 호 공급이 예정된 서리풀지구는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이어 내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당시 국토부는 올해 추가로 3만 호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등 공공택지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정책 기조가 바뀌어 9·7 공급 대책에선 공공택지 추가 지정이 빠졌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 때 택지 개발을 추진했으나 서울시 반대와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중단된 바 있는 노원구 태릉골프장(83만㎡·그린벨트) 및 육군사관학교 부지(67만㎡) 등의 공공택지 재추진을 주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세곡동·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일대,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공항동·방화동) 등도 그린벨트 해제 단골 후보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리 토지를 빨리 확보해도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당장의 공급 절벽을 타개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그래서 등장한 카드가 세금이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높이면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이 커진다. 세 부담을 높일수록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기대일 뿐, 실제로는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인 만큼 저항도 강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 서민과 실수요 주택 소유자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의 아파트값이 이미 대부분 10억~15억 원대인 상황이다. 이보다 비싼 주택에 고율의 보유세를 부과하더라도 이른바 일부 ‘부자동네’에만 적용된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고가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더라도 결국 자산가들이 매입할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면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고가의 보유세 기준선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20억 원 이상 아파트에 높은 보유세를 부과하면 20억 원 이하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실제 10·15 대책으로 15억 원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제한하자 15억 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유세를 통한 집값 잡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신규 건설도, 보유세를 통한 기존 주택 매물 유도도 어렵다면 남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곧 발표될 공급보완 대책에서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공급 대책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재건축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높아진 건설 비용 때문이다.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면 분양가를 높여야 하는데 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이 걸림돌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의힘은 재초환 폐지를 추진했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했다. 결국 재건축 아파트값을 높여 주택시장 상승을 견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런데 10·15 대책에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젠 여당이 된 민주당이 재초환 완화·폐지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민주당 주택시장안정화TF(태스크포스) 소속인 복기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초환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위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초환 완화·폐지가 해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재초환 완화가 재건축 활성화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려면 분양가상한제도 손을 봐야 한다. 집값 상승 가능성이 아주 높다. 초강력 수요 억제책으로 출발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와 세금 인상, 민심 이반이라는 난제와 임기 내내 씨름을 해야 할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