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비전은 물적분할 당시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독립 회사로 분할해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나아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독자적인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 환경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는 독립 법인으로서의 유연성을 키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독립 첫 해인 2021년 말 비전넥스트의 자산은 233억 4973만 원 규모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자산 가운데 197억 9509만 원은 자본이었으며, 부채는 35억 5463만 원에 불과했다. 부채 비율은 17.9%로 사실상 무차입 상태에 가까웠다.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2022년에는 LG전자와 차세대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해에는 에이아이매틱스와 차량용 온디바이스 AI 카메라 개발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초대 대표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 퀄컴과 LG전자 등을 거쳤던 우정호 전 대표가 비전넥스트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비전넥스트는 독립 이후에도 그룹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독립 후 사업연도 실적이 고스란히 반영된 2022년 매출액 192억 7565만 원의 사실상 전부는 모회사 한화비전에서 나온 물량이었다. 이듬해인 2023년에 올린 전체 매출 246억 5640만 원도 한화비전을 통해 나왔다. 2024년도 마찬가지였다. 149억 3164만 원의 매출 가운데 123억 5664만 원은 한화비전을 통해 올렸고 나머지는 한화임팩트를 통해 발생했다.
비전넥스트는 출범부터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당기순손익을 기준으로 보면 2021년 마이너스(-) 2억 8968만 원, 2022년 -33억 3599만 원, 2023년 -157억 6711만 원, 2024년 -175억 7081만 원 등으로 매년 적자규모가 확대했다.
적자의 원인은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한 R&D(연구개발) 비용 지출이었다. 비전넥스트는 2022년까지만 해도 한 해 37억 원 수준의 R&D 비용을 지출했는데, 2023년과 2024년 각각 185억 1150만 원, 182억 4200만 원을 지출했다.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회사의 재무구조 역시 빠르게 악화했다. 그 결과 자본잠식이 진행돼 자본총계는 19억 6526만 원으로 감소하면서 완전 자본잠식 수준으로 재무 구조가 부실해졌다.

청산에 앞서 올해 2월 비전넥스트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올해 7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던 우정호 전 대표는 사임했다. 빈자리는 이상원 전무(한화비전 개발센터장)로 교체됐다. 앞으로 채권자 보호 절차에 따라 채권자에 대한 변제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비전넥스트는 채권자에게 채권 신고를 하도록 공고했다.
채권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청산 과정에서 비전넥스트 인력은 한화비전으로 흡수된다. 아울러 지식재산권(IP) 등의 자산도 한화비전이 매입할 예정이다.
비전넥스트 관계자는 “업무 효율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별도 법인이 아닌 통합 운영을 통해 한화비전 전용 SoC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조직 재편으로 핵심 인력들이 합류하게 되면서 SoC 반도체 개발 역량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전넥스트의 해산으로 한화그룹은 AI 반도체 사업에서 연이어 쓴맛을 보는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AI 반도체 개발 기업인 뉴블라를 청산하기도 했다. 뉴블라는 2021년 설립 이후 3년 만에 청산됐다. 뉴블라는 삼성전자 출신인 윤종희 대표가 이끌었다. 당시 운용 인력은 흡수하지 않았다.
AI 반도체 사업은 주요 그룹 차원에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성과를 내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경우 네이버와 손잡고 ‘마하’ 개발에 착수했지만 사실상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SK그룹은 사피온코리아를 설립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후 속도를 내기 위해 국내 AI 반도체 부문 강자 리벨리온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리벨리온 경영진 측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비전넥스트 청산이 AI 반도체 사업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관련 사업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