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연구원은 그간 ‘양재동 부지 개발을 학수고대하는 이유’ ‘수익과 자산가치 상승 기대 공존’ 등의 제목으로 하림지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부동산 프로젝트는 진통을 겪는 경우가 많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림산업 현금성 자산 59억 원에 불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양재동 개발자금 마련을 위해 다수의 금융기관, 사모펀드 등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팬오션을 인수했고, HMM 인수전에도 함께 뛰어든 바 있는 JKL파트너스가 하림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JKL파트너스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인 ‘황태자’ 김준영 팬오션 책임이 승계 수업의 일환으로 한때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 책임은 지난 9월 JKL파트너스 직원 이수연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과거 JKL파트너스 근무 당시 함께 일하며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조건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JKL파트너스는 물론, 다른 사모펀드들도 충분히 물류센터 딜에 합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들의 목표 수익률이 낮아진 반면, 투자처는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딜만 하던 사모펀드들조차 크레딧 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즉 하림산업의 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가 ‘현금흐름 담보형 딜’로 구조화된다면 투자자 수요는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양재동 개발 건이 하림산업(양재동 부지 소유 기업) 규모에 비해 너무 크다는 점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이 1조 원대이나 투자 부동산(양재동 부지·4955억 원)과 유형자산(4871억 원) 비중이 크고, 현금성 자산은 59억 원에 불과하다. 현금이 없는데 개발 사업이 지연되다 보니 단기차입금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하림산업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만 해도 4053억 원이었으나 지난 1월 4753억 원, 6월 8360억 원, 9월 9884억 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9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하림산업은 전체 개발 사업비 6조 8000억 원 가운데 4조 원은 선분양으로 조달하고, 2조 3000억 원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개의 큰 자금 조달 계획에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하림산업은 필요한 2조 3000억 원의 자기자본 중 양재동 부지의 현재 가치가 1조 6000억 원이기 때문에 7000억 원만 추가 조달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림산업의 설명을 보면, 현재 토지 가치 1조 6000억 원을 기반으로 담보대출 등을 통해 2조 3000억 원을 확보하면 스스로 조달한 것이기 때문에 ‘자기자본’이라고 표현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엄연히 빚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를 ‘자기자본 착시’라고 지적한다. 하림산업은 부지 가치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동시에, 그 자금을 다시 자기자본으로 인식해 추가 대출을 끌어오는 구조다. 이는 일종의 ‘이중 레버리지’로, 어느 한 고리가 어긋나면 자금사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선분양 또한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아파트 998가구, 오피스텔 972호실을 선분양해 4조 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인데, 아파트는 몰라도 입지 특성상 오피스텔 분양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외에도 약 4000억 원의 공공기여금을 내야하고 2000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신분당선 만남의광장역(가칭) 신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용적률이 800%로 높아져 사업성은 커졌지만, 당장 들여야 하는 비용은 늘었다는 점 등이 부담 요인이다. 일정 지연이나 건축비 인상 등의 이슈에도 노출돼 있다.
하림산업은 지하 9층까지 땅을 파야 하는 만큼 터파기 완료 이후 본격적으로 공사비 조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림산업은 상업시설 선임대 등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라고 했다.
#신뢰 회복 계기 될 수 있을까?
양재동 개발은 하림그룹 입장에서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하나, 부동산 프로젝트는 주식시장에서 선호하는 호재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된 사례가 거의 없고, 설령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하림산업의 호재일 뿐 상장해 있는 하림지주에도 온기가 번질지는 알 수 없다는 회의론이 많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20%를 밑돈다고 추산하고 있다. 하림의 경우 규모가 훨씬 더 커서 위험 요인은 더 많다.
하림그룹은 심지어 주주들의 ‘뒤통수’를 친 사례가 적지 않은 그룹이다. 2016년 양재동 부지를 처음 매입한 곳이 상장 계열사였던 엔에스쇼핑인데, 수년간 비용만 대며 버티다가 2022년 개발 사업 본격화 기대감이 생길 때쯤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하림지주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그 수혜를 소액주주들이 누릴 수 없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팬오션은 그룹 계열사 중 현금 동원력이 가장 큰 회사라 양재동 부지 개발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6727억 원에 달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하림그룹이 HMM(옛 현대상선) 인수에 실패한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라며 “현금 유보금이 많은 HMM 특성상, 주인이 하림그룹이 됐다면 분명히 양재동 개발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23년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추진할 당시 HMM이 약 10조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당시 하림그룹은 지분 57.9%를 6조 4000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결국 하림그룹의 양재동 개발은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그룹의 경영철학과 신뢰 회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식품·사료·물류·해운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기업으로 성장해 온 하림이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불투명’ ‘계열사 간 거래 의존도’ ‘주주가치 훼손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양재동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의 인허가 통합 심사 과정에서 이미 검증을 받아 완료됐다”면서 “시장의 우려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