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VEU 지위를 인정받았다. 일정한 보안 조건만 충족하면 미국으로부터 일부 최첨단 장비를 제외한 반도체 장비를 별도의 제한 없이 중국 내 공장에 들여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BIS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을 VEU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조치가 적용되는 12월 31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공장에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미국의 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BIS의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들의 중국 반도체 공장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들의 VEU 지위를 철회하면 매년 1000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 3사는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50% 정도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5~40%를,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각각 40%와 20%를 만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대부분 중국 현지에 공급한다. 두 기업이 중국 공장 인수와 시설 확장 등에 투자한 금액이 약 50조 원에 달하는 데다 시장 규모도 작지 않기 때문에 중국도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미국 정부가 방침을 바꾼 데 대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도 장비 수출을 억제하는 게 국익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반도체는 업계 특성상 기업끼리 협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한국 기업에 규제를 아주 강화하기는 미국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공장의 생산 역량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 반입은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미국의 정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구체적인 (장비 반입) 기준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중국 공장에선 레거시(범용)에 가까운 제품을 생산하지만, 향후에도 생산에 약간의 제약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