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과 부암동 주민들은 5월 26일 환기미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술관 측이 담벼락 밖에 있는 은행나무 뿌리 부근에 제초제를 주입해 나무를 고사시키려 했다고 주장하며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복원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이 은행나무에는 주민 각자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며 “나무를 죽이는 일은 곧 그 마음을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불법 훼손 엄중히 처벌하라’, ‘환기미술관은 책임 있게 복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미술관 측의 책임을 물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인근 CC(폐쇄회로)TV를 통해 4월 22일 미술관 담벼락 밖 은행나무에 작업자들이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하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은행나무 잎이 한여름도 오기 전에 누렇게 변해 바닥으로 쏟아지는 이상 징후를 발견한 뒤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단체 측은 이후 경찰과 함께 미술관을 찾았고, 미술관 측이 제초제 주입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미술관은 과거 “은행나무가 자라 외벽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제기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 상태를 진단한 산림생태학자 우종영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기간 제초제에 노출된 은행나무는 현재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사유지 경계에 놓인 나무라는 이유로 행정기관의 신속한 개입이 어려웠고, 그 사이 응급조치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은행나무 둘레에 둥근 원을 만들었다. 이어 나무 기둥에 손을 댄 채 “미안합니다. 함께할게요”라고 외치며 생명 회복을 기원했다.










이채훈 기자 freeinterne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