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책은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9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현장 사업가가 부동산경제학 이론서를 펴낸 것이라 화제가 되고 있다. 연구자가 아닌 시장에서 매일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업가가 학술적 접근으로 이론서를 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토지를 분석해 건물의 미래 현금흐름을 가늠하고, 매각·보유·개발(Sale·Hold·Develop)을 두고 끊임없이 판단을 내려온 그가 부동산경제학자와 함께 이론서를 집필한 이유는 오랜 현장에서 축적한 실무 데이터를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허윤경 전무이사는 “자산 가치는 크기나 입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산이 앞으로 만들어낼 현금흐름과 이를 둘러싼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부동산 역시 단순히 땅과 건물을 소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위치의 두 건물이 전혀 다른 가치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AI 등의 도구가 답을 계산해 줄 수는 있지만, 그 답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식견”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지금의 시장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 세계 시장이 초연결되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충격이 같은 날, 같은 시각 국내 자산 가격으로 실시간 전이된다. 그만큼 변동 주기는 빨라지고 폭은 커졌으며, 출산율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기존의 수요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허 전무이사는 “정보가 모두에게 동시에 주어지는 만큼 같은 정보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고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가진 사람이 결국 앞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허윤경 전무이사는 앞서 집필한 ‘꼬마빌딩 재테크 무작정 따라하기’에서도 같은 점을 강조했다. 이 책에는 건물주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수요자(임차인)를 위한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비로소 진정한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다만 실무 지침서인 만큼 실무에 국한돼 트렌드를 좇는 데 머문 점이 아쉬웠던 그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담기 위해 이론서인 ‘공간을 움직이는 부동산경제학’ 집필을 결심했다.
공동 저자인 김지현 교수에게도 이 책은 단순한 공저가 아니다. 사실 연구자가 사업가와 함께 부동산 이론서를 집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학문적 엄밀성과 현장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고, 연구자의 언어가 시장의 언어와 섞이는 순간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지현 교수가 허윤경 전무이사와의 공동 집필을 선택한 이유는 부동산이 책상 위 이론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산이다. 또한 그 가치는 결국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선택하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 책은 학자와 사업가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허윤경 전무이사의 현장 경험은 김지현 교수의 이론을 현실에서 검증하는 장이 됐고, 김 교수의 이론은 허 전무이사의 경험을 부동산경제학의 언어로 체계화했다. 결국 ‘공간을 움직이는 부동산경제학’은 이론과 현장이 서로를 증명하며 완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