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학생이 많이 아픈가 봐요. 119에 연락해 주세요.”

그 범행 며칠 전에도 장윤기는 스토킹을 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강간을 하고 그 여성을 죽이려다가 실패했다.
장윤기가 살던 원룸에 ‘리얼돌’이 있었다. 유방과 성기 부분이 잘려져 있었다. 그가 쓰던 휴대폰에는 여중생의 은밀한 부분이 불법 촬영된 사진들이 가득했다.
나는 4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해오면서 살인범들을 직접 대해왔다. 장윤기를 보면서 예전에 만났던 한 살인범이 떠올랐다. 그는 겉으로는 순박해 보이는 40대 중반의 가장이었다. 매주 교회에 나갔다. 텃밭에서 농사지은 채소를 이웃 노인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그의 이면은 전혀 달랐다. 그는 밤이 되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 골목을 지나가다 창문이 열려 있는 집이 있으면 들어가 강간을 했다. 여러 건의 살인도 있었다. 구치소에서 만난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밤중에 길을 걸어가는 데 앞에서 두 남자가 얘기를 하는데 들려오는 소리가 내 고향을 욕하더라고요. 기분이 나빠졌죠. 그런데 계속 앞에서 떠들더라고요. 그래서 길바닥에 있는 벽돌을 주워서 한 명 뒤통수를 깠어요. 다른 한 명은 놀라서 도망갔고요. 계속 벽돌로 내리쳤는데 나중에는 철썩철썩 하고 묵을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라고요. 죽었어요. 일어나 그냥 갔죠. 그 외에도 내가 죽인 사람들이 더 있어요. 그런데 공소시효가 다 지났어요.”
그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양심의 가책 같은 거 말이죠.”
“남들은 양심이 아프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내가 왜 그럴까요? 변호사님.”
그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런 괴물들을 여럿 만났다. 이상한 건 정신감정을 해도 대부분이 정상으로 판정이 났다. 사이코패스를 보지 못했다.
“강간하고도 미안하지 않아요?”
“전혀요.”
그는 나를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만약 누군가 당신 처나 딸을 강간했다면 어떻겠어요? 한번 상상해 봐요.”
그가 머릿속에서 내가 말한 광경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놈은 내가 당장 죽여 버리죠.”
“그러면 당신도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가 나를 보았다.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40년 전 변호사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인간은 본질이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타인을 한 마리의 벌레로 보는 존재들이 있다. 남을 짓밟아 으깨면서 쾌감을 느끼는 괴물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사랑을 베풀면 그들은 교화될까? 나는 이제는 의심한다.
다시 장윤기 사건을 본다. 경찰 간부인 그의 아버지가 원룸 건물주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아들 집에 볼썽사나운 것이 있어 치웠어요.”
증거가 될 수 있는 ‘리얼돌’이 사라졌다. 보도 화면에 장윤기가 사용하던 휴대폰들이 불 속에서 타고 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기에 아버지는 다급하게 그랬을까. 장윤기는 피해자 측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와 형만 걱정했다.
17세 소녀가 영정사진틀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앞에서 아버지가 오열한다. 장윤기, 그리고 아들의 범죄 증거를 인멸한 경찰 간부 아버지. 정작 이 세상에서 가장 볼썽사나운 것은 바로 그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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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journalis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