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훼손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이 대통령은 10월 20일 유 작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23일 대통령실이 처벌불원 의사를 확인하는 서면을 경찰에 접수했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유 작가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 내렸다.
유 작가는 이날 ‘박시영TV’에서도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은 정부와 여당이 꼭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규범적 평가를 해왔으나, 이번에는 곤충을 관찰하는 파브르처럼 철저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상을 분석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부여당, 친명 지지층을 딱정벌레와 돌고래 등에 비유했다. 유 작가는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의 제일 큰 문제는 진영의 해체”라며 “윤석열(이라는) 딱정벌레가 자기 집을 다 해체했는데, 지금 정부와 이 대통령도 똑같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동물이 자해를 하기도 한다. 돌고래 떼가 모래밭으로 몰려들어서 집단 떼죽음을 당하는 것과 같은 현상들이 관찰된다”며 “그분들을 보면 죽는 길로 가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 작가가 지칭한 ‘그분들’은 이 대통령과 뉴이재명 지지층으로 해석됐다.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정치평론가·스피커들을 향해 “모든 메시지가 진영 내부의 다른 정파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 대통령은 진영 내에서 계속 고립되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오른 조국혁신당에 대해서는 “민주 진보세력의 ‘쇄빙선’에서 이제는 ‘구명정’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난파할 것 같으니, 구명정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을 ‘군주민수(임금은 배, 백성은 물)’에 빗댔다. 유 작가는 “민심의 역류가 몰아치면 배가 엎어질 수도 있다”며 “이 지표가 말해주는 바는 대통령이 많은 국민에게 신임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러면서 은연중에 ‘탄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대통령이 원래 자기가 이루고자 한 바를 못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며 “극단적인 경우 박근혜나 윤석열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대표에 대해서도 임기 중 끌어내릴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유 작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당원들이 주권을 행사해 진영을 복원해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탈당하지 말고 플랫폼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태 의원은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 인터뷰에서 “(유 작가 발언에) 어느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유 작가야말로 독단의 도그마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내분 격화를 우려해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김민석 대표는 방송 다음날 ‘민티 07’ 전화 인터뷰에서 “분열의 언어에 분열의 언어로 답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분열적이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거나 가급적 그런 문제를 키우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내가 일일이 논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봐도 지지율이 급락하다 다시 극적으로 반등한 사례는 많다. 박 전 대통령이나 윤 전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아서 임기를 못 채웠느냐. 국정농단과 비상계엄의 특이사항이 있었다”며 “유 작가가 이 대통령을 흔들어야겠다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실과 맞지 않는 비유와 비교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 작가가 이 시점에 다시 등판한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제기된다. 박시영 대표 말에 따르면 유 작가가 10월 24일 토요일 전화를 해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전날인 10월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10월 20~22일·무선 전화면접 조사 방식)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0%를 기록,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다 7주 만에 40%대를 회복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팀김어준’ 측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코어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지 않으면 ‘지지율 2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며 “하지만 이 대통령 9월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하락세가 멈추고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갤럽에서 40%를 찍으니까, 대통령 지지율을 흔들기 위해 유 작가가 다시 등판한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10월 29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무선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2주 전 같은 조사 대비 2%포인트(p) 오른 46%, 부정평가는 2주 전 조사 대비 5%p 하락한 44%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8주 만에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선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번 조사는 10월 26일부터 28일, 박시영TV 생방송 직전까지 조사됐다. 유권자들이 유 작가 출연 소식은 전해 들었지만, 방송에서 무슨 발언을 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에 응답했다.
반면 10월 27일부터 박시영TV 방송 다음날인 29일까지 무선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1%p 내려간 39%를 보였다. 상승추세를 보이다 주춤했다. 유 작가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짐작해볼 수 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 작가는 계속 이 대통령을 향해 총구를 겨눌 가능성이 높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유 작가의 정치비평은 더 이상 논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아 비평이라 보기 힘들다. 그래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유 작가가 제기한 여권 내 분란이 보수진영에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소속도 아닌데 징계나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 작가는 ‘상당한 자산가라는 소문이 있다. 규모가 어느 정도냐. 100억 원은 되나’라는 질문에 “100억 원이 안 된다. 그 반도 안 된다”며 책을 팔아 재산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산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재산을 정확히 알려면 공직자가 되거나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한다”며 “그걸 알 필요도 없고, 알려야 하는 사람도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신라젠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그 주장 하는 분들이 증명을 해야 한다. 지구와 달 사이에 찻주전자 하나가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누가 증명해야 하느냐”며 “없는 걸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반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