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소환이 원칙’ 변화 기대감 속 ‘포토라인 활용이 컴백에 유리’ 시선도
사실 검찰 포토라인은 사라진 상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0월 법무부 훈령으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2019년 12월 1월부터 시행됐는데 피의사실 공표 금지는 물론이고 혐의 사실이나 수사 상황 등도 공개를 금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또한 사건 관계인의 출석 일시나 귀가 시간 등 출석 정보를 공개해선 안 되고 검찰이 언론의 사진·영상취재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주요 피의자의 검찰 출석 때 포토라인을 만들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7월 25일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법무부 훈령으로 개정했다. 이를 통해 조국 전 장관 시절 사라진 검찰과 언론의 소위 ‘티타임’(비공개 정례브리핑)은 부활됐지만 포토라인 설치 금지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유지됐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에 비공개 출석해 본인이 개정한 공개소환 폐지 훈령의 1호 수혜자가 됐다. 검찰과 사전 협의해 취재진이 몰려 있는 검찰청 1층 입구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청사로 들어간 것. 이후에도 여러 정관계와 재계 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경찰 역시 2020년 12월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사건관계인의 출석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는 예외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토라인은 설치되고 있으며 유명인에게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찰에선 사건 관계인 출석 일시나 귀가 시간 등 출석 정보가 언론에 공개되는 일이 잦아 포토라인이 자주 설치된다. 연예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배우 유아인은 3월 24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출석해 마약류 투약 혐의 관련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찰에 출석일자 조정을 요청한 뒤 23일 유아인의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인피니티에서 공식 입장을 냈다.
유아인의 변호인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엄홍식 씨(예명 유아인)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부터 3월 24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당시 경찰은 엄 씨의 소환이 비공개 소환임을 변호인에게 고지했고, 고지 여부를 떠나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피의자 소환은 비공개로 함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언론에서 엄 씨가 금요일에 출석한다는 사실이 기사화됐고, 경찰에서 엄 씨의 출석 일시를 확인해줬다는 기사도 있었다”며 “이로 인해 엄 씨의 출석은 사실상 공개 소환이 됐으며 이는 관련 법 규정에 위배됨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연예계에선 유아인의 경찰 출석일자 조정 요청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경찰 출석 연예인에 대한 포토라인 설치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포토라인에 서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비공개 소환이 원칙이라는 점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포토라인에서 느끼는 연예인의 압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현장에서 활동하는 일선 연예 관계자들의 주된 목소리다.
반면 포토라인에 서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의 젊은 연예 관계자가 아닌 주로 중견급 이상에서 이런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예인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터라 물의를 빚어 난처한 상황일지라도 카메라를 피하는 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예 연예계 은퇴 선언까지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결국 언젠가 대중 앞에 서서 물의를 빚은 부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복귀가 가능한데 경찰 조사 과정에선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게 이후 컴백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 관계자는 “검찰 포토라인이 사라졌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차례 검찰 출석 때마다 빠짐없이 포토라인에 섰다. 인권보호 차원에서 비공개 출석이 가능했지만 포토라인의 압박감을 이겨내야 할 이유가 있던 거 아니겠냐”면서 “연예인 역시 언젠가 컴백해야 한다면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서 자신을 사랑해준 대중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소속사가 포토라인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포토라인은 출석 예정 시간을 몇 시간 앞두고 미리 설치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담당 매니저나 소속사 임원 등이 미리 경찰서를 찾아 현장의 취재진과 소통하며 언론의 우호적인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 애를 썼다. 경찰서 출석 연예인에게 포토라인의 어느 위치에 서서 어떤 표정으로 무슨 발언을 해야 하는지 등을 사전에 인지시키기도 했다.
한 연예계 원로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충분히 드러내야 자숙 기간을 거친 뒤 컴백이 수월할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포토라인이 중요하다. 오히려 연예인 집까지 찾아오는 등 기자들의 개별적 접촉 시도에 대한 대응이 더 힘들다. 포토라인에서 충분한 입장을 밝힌 뒤 소속사 차원에서 언론에 개별 접촉은 삼가 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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