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18년 2월 미국 정부는 한국산 세탁기와 부품의 연간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했다. 용량 10kg 이상 대형 세탁기의 경우 연간 120만 대까지는 20%의 관세를 매기지만 이를 넘기면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세탁기 부품도 수입 물량이 5만 개를 넘기면 50%의 관세를 붙였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조치였다.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 등은 수입 세탁기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 정부는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같은 해 5월 제소했다. 지난해 2월 WTO는 한국 정부 손을 들어주는 승소 판정을 내렸다. 관건은 미국의 상소 제기 여부였다. 한국 정부와 미국 측은 협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관세율이 낮춰지기도 했다. 이후 미국 측이 상소를 포기하면서 WTO가 패널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번 분쟁 승소는 다른 나라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세이프가드를 남용하는 관행에 우리 정부가 국제 분쟁 절차를 통해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해당 세이프가드 조치는 올해 2월 종료됐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8년부터 미국에 세탁기를 생산하는 가전 공장을 가동하며 세이프가드에 대응해 왔다. 세이프가드가 해제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수출 관련 리스크를 털게 됐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