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부회장 지분만 비싸게 사줬다는 사실에 주주들은 들끓었고,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실력 행사에 나섰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현금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 제안을 냈는데, 결국 회사 측에 패했다. 그래도 회사 측은 주주들을 달래고자 유통주식 활성화 차원에서 5 대 1 액면분할을 실시했고, 뒤이어 기업가치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그해 8월 발표한 백화점 확장 계획이 그것이다.
신세계그룹은 광주신세계 부지와 옆의 이마트 부지,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옛 모델하우스 부지 등을 모두 합쳐 광주신세계를 4배가량 확장,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당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신세계는 4배 확장 시 기존엔 7000억 원대였던 총매출액(판매액)이 1조 4000억 원까지 급증하게 된다. 공사 완공 시기는 2027년으로, 주주들 사이에선 기다려보자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광주신세계가 주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모양새다. 광주시 허가를 받지 못해 계획을 변경하는 사이 경쟁사가 치고 나온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복합쇼핑몰이 광주신세계의 확장 점포보다 먼저 출범해 광주 지역의 소비 여력을 빨아들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3월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복합 쇼핑몰 ‘더현대 광주’는 지난 2월 28일 광주 북구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주시가 호의적이라 건축 허가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거쳐 7월쯤 착공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개장 목표는 2027년이다. 광주시는 북구 옛 전남·일신 방직 공장 터 29만 6340㎡(8만 9600평)에 주상 복합 타운인 ‘챔피언스시티’를 조성할 계획인데, 그 핵심 시설이 더현대 광주다. 더현대 광주는 연면적 27만 4000㎡(8만 3000평)으로 더현대 서울보다 1.4배 크고 광주 도심인 금남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가까워 현대백화점 측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금액만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더현대 광주가 속도를 내면서 광주신세계 주주들은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광주신세계 주주들은 광주신세계가 계속 지역 내 터줏대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2022년 8월 광주신세계가 확장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경쟁사들은 광주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이후 현대백화점이 관심을 보인 데 이어, 광주시가 광주신세계 확장 계획 인허가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 광주신세계는 더현대 광주라는 만만치 않은 라이벌을 상대하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광주신세계의 계획대로 인근 지역 부지를 개발해 확장하는 안대로 진행했다면, 최소한 광주신세계는 ‘더현대 광주’와 비슷한 시기엔 개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인근에 있는 금호월드 상인들이 반발하고, 시 또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광주신세계는 속도전에서 밀리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당시 도로 편입, 기부채납 문제 등을 두고 광주신세계와 대립각을 보였었다.
결국 광주신세계는 당초 안을 폐기해야 했다. 2023년 11월, 기존 부지가 아닌 광천종합터미널과 인근 유스퀘어 문화관에 ‘광주 신세계 아트 앤드 컬쳐’를 짓기로 한 것이다.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 중 1단계는 백화점 신축 및 공원공간 조성 공사인데, 2028년 10월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백화점은 그해 11~12월 개점하는 것이 유력하다. 개발 2단계는 터미널과 숙박시설, 교육, 의료시설을 신축하는 것으로 목표 시점은 2033년 8월, 3단계는 주거복합시설 신축으로 2037년 9월 완공이 목표다.
#2030년 순매출 3500억 목표 걸었지만…
광주신세계는 2030년 순매출액 3500억 원,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5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크게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이번 계획 또한 광주시로부터 ‘태클’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최근 광주신세계에 대해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광주시와의 협의를 통해 동사가 계획하는 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여부 확인 필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했던 회사이고, 그만큼 성장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신규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우려 요인은 경쟁 격화다. 더현대 광주가 광주신세계보다 최소 1년 일찍 개점을 하는 상황이다 보니, 광주의 소비력을 더현대 광주가 모조리 흡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광주신세계는 터미널과 1층을 공유하는 구조라 공간이 협소한 데다 효율적이지 못하다. ‘광주 신세계 아트 앤드 컬쳐’ 오픈 전까지는 광주신세계가 속수무책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023년 기준 광주신세계의 광주 지역 내 점유율은 70.9%에 달한다. 당장은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신세계그룹 내의 또 다른 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어등산 테마파크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조성하고, 롯데백화점이 롯데아울렛 광주 수완점을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로 전환하는 것도 광주신세계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다.
#비용부담에 밸류업 정책 펴나갈 수 있을지…
광주신세계는 자사가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경쟁력이 있는 만큼, 더현대 광주와의 싸움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개점할 2028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다리다가 지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광주신세계는 그때까지는 배당 매력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붙잡아두겠다는 방침이다.
광주신세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현금 배당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주주 환원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2018년부터 점진적으로 배당금을 높이긴 했는데, 정점을 찍은 것이 지난해 12월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다. 최소 주당 배당금 2000원 및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으로 집행된 비율) 30% 이상 유지, 향후 3년간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의 경우 주당배당금이 2200원인데, 배당수익률을 보면 7.6%에 이른다. 2020년 12.9%에 불과했던 배당성향이 지난해 36.34%까지 상승했다.
회사 측은 주주 환원에 진심임을 내비치지만, 당장의 비용 부담 때문에 계속 밸류업 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지 염려된다는 시선이 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운영자금 1000억 원을 차입했고, 무보증사채 2300억 원을 발행했다. 지난해까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약 4000억 원을 집행했는데, 추가적으로 1500억 원을 차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8년까지 총 7500억 원의 시설투자(CAPAX)가 필요하고, 올해 680억 원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2028년 말 ‘광주 신세계 아트 앤드 컬쳐’가 문을 열어도, 최소 5년은 감가상각 때문에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즉 회사 측이 계획한 대로 일정이 맞아떨어지고 실제로 수익성이 확보돼도 그 과실은 2034년은 돼야 수확이 가능할 전망이다. 회사 입장에서야 믿고 베팅할 만하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장기전이 불가피해 답답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발 속도에 대한 불만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