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5월 창업한 팀프레시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새벽배송 대행을 주력으로 하는 물류업체다. 국내 이커머스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을 95% 이상 차지했던 팀프레시는 연결 기준 매출이 2018년 27억 원에서 지난해 5444억 원으로 7년 만에 200배 이상 증가했다.
팀프레시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시리즈D 투자 유치까지 성공했다. 2022년 1600억 원 시리즈D 투자까지 포함하면 누적 유치 투자금은 2000억 원 이상이다. KT가 지분율 16.3%로 최대주주, 2대 주주는 11.78% 지분을 차지한 이성일 팀프레시 대표다.
팀프레시의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됐다. 영업이익은 △2020년 마이너스(-) 110억 원 △2021년 -223억 원 △2022년 -481억 원 △2023년 -541억 원 △2024년 -781억 원으로 적자폭이 매해 커졌다. 부채총계는 2022년 508억 원에서 2023년 954억 원으로 2배가량 늘었고, 자본총계는 2022년 1074억 원에서 2023년 60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자금난이 지속되자 팀프레시는 결국 지난 3월 31일부터 새벽배송을 중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팀프레시는 고객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4월 1일로 계획됐던 투자금 납입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기사들의 운행 거부가 예상돼 전체적인 배송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인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투자금 납입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풀필먼트(물류업체가 판매자 대신 상품 준비부터 포장, 배송까지 물류 모든 과정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4월 17일부터 멈춘 상태다.
팀프레시는 2024년 초부터 시리즈E 투자 라운드를 진행해왔지만 행정절차상 문제로 투자금 납입이 지연되고 있다. 6월 초 700억 원의 투자금을 CB로 발행해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투자사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금 납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우리PE)이 법원에 신규 CB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을 정도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2023년 12월 우리은행이 팀프레시에 100억 원의 벤처신용대출을 해주고, 우리PE가 150억 원 규모 CB를 사들인 바 있다. 이번 신규 CB는 기존 기업가치 대비 약 20분의 1 수준으로 발행가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가액을 낮추면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가 희석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지난 6월 12일 신규 CB 발행금지 가처분이 취하됐지만 우리PE와 팀프레시 간 협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팀프레시 배송기사들은 지난 6월 16일 우리PE의 전환사채 발행 합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배송기사들에 따르면 700여 명이 1, 2월분 운송료를 받지 못했고, 미지급 운송료는 개인별로 800만 원에서 1500만 원에 달한다.
윤춘호 팀프레시 배송기사 대표는 “운송료를 받지 못한 배송기사들의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대출금을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고, 그마저 어려워지면서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며 “우리PE가 대승적 차원에서 전환사채 발행에 합의하는 것이 모두가 윈윈하고 상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PE 관계자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팀프레시의 경영 정상화와 원활한 서비스 재개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전환사채 투자계약상 사전 동의 절차를 무시한 팀프레시의 계약 위반에 따라, 운용사로서 선관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팀프레시의 투자금 유치와 서비스 재개가 지연되면서 경쟁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새벽배송을 이용하던 주요 업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으로 서비스를 옮겼다. 특히 컬리넥스트마일은 팀프레시가 맡았던 새벽배송 물량의 절반 이상을 흡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팀프레시가 투자 유치에 성공해 사업을 재개하면 회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물류업체들이 새벽배송 수요를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새벽배송대행 업체로서 위상이 크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려는 모양새인데, 팀프레시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팀프레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선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4월 15일 기준 팀프레시의 최근 한 달간 국민연금 상실가입자(퇴사자) 수는 92명이다. 식자재 유통, F&B 프랜차이즈, 식품제조, 주류유통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는데, 비주류 사업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또 새벽 시간에만 빌려 사용하는 방식으로 일반 택배사와 협력하는 등 고정비 부담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팀프레시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과 조속한 협상 마무리를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며 “투자금이 들어오는 즉시 새벽배송 등 서비스를 곧바로 재개할 예정이며, 물류센터 수를 줄여 고정비를 절감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경영전략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